책 속으로

노무현과 함께한 1000일

해미일 2024. 7. 2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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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 정책실장 이정우가 기록한

참여정부의 결정적 순간들 -

 

 

 

 

 

 

 

 

 

 

저자 이정우 | 한겨레출판사 | 2024. 5.20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 1위는 노무현대통령이라고 한다.

내가 아무런 생각없이 살다가 '노사모' 광풍에 휘말려 처음으로 한 표 던져

선출한 대통령이기도 하다.

노 대통령의 당선은 친일계보로 이어진 정의롭지 못한 기득권 세력을 제치고

서민들이 승리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임기 내내 많은 비난을 받았었는데

당시에는 편향된 언론과 대중의 무지함 속에서 모든 것이 대통령 탓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를 그리워 한다.

이제 그가 없는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한때 그런 대통령을 가졌단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 절절하게 느끼면서..

그리고 참여정부가 지금 우리에게 남긴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위대한 정치적 유산, 그리고 수 많은 노력과 실패들

그가 꿈꾸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 책의 저자는 참여정부 초대 정책실장으로 개혁적이고 진보적이며 올곧은 성품으로

노 대통령과 함께 국가정책 전반에 개혁의 밑그림을 그린 인물이다.

참여정부의 국정 운영에 관하여 사안 별로 일기 형식의 기록으로 남겼는데,

주관적 의견이 첨언되긴 했지만 사실과 객관성에 입각한 기록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저자는 갑자기 세상을 등진 노 대통령을 그리움으로 회고하면서

이 글을 남기고 세상에 알려야 할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적고있다.

 

2009년 5월 23일 아침, 그날의 충격을 어찌 잊으랴.

노무현 대통령은 솔직하고 욕심이 없었다.

대통령의 인기 따위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고, 오직 나라와 국민이 잘되기만을 바랐다.

또 외부에 알려진 좌충우돌 이미지와 달리 실제로는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학구파 대통령이었다. 당시 여론은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싸늘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언젠가는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정확한 역사적 평가가 내려질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부재로 인해 누군가가 대신 그때 기록을 남겨야 한다. (p.16)

 

날마다, 매순간의 일들을 기록을 남기고 이 책을 집필하여

다시 한번 노무현 대통령을 기억하게 하고, 참여정부를 조금은 알 수 있게 해준

저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가 기억하는 노 대통령은 매우 인간적인 사람이다.

솔직하고 소탈한 성품으로 형식적 의전과 과한 예우 같은 것을 불편해 했다고 한다.

옳지 못한 것에 대해선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하지만, 

이따금씩 유쾌한 농담도 던지는 유머감각 있는 대통령이었다. 

국정운영에 있어서는 단기적으로 국민에게 영합하는 정책 보다는

장기적으로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지행했다.

그래서 그가 재임하는 동안에 평가절하된 부분들이

이후 정부에서 긍정적인 결과로 드러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노 대통령은 선명한 역사 인식을 가지고 과거사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역사인식은 그의 연설문 마다 진정성있게 녹아있으며,

그래서 그의 언어는 지금도 많은 국민들에게 공감과 울림을 주고 있다.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청산되어야 합니다.'

 

저자는 이 문장이 대통령 취임사에 포함된 과정을 전하면서

이 문장이 당시 국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으며 그들의 마음을 울렸다고 회고한다.

노 대통령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그는 최초로 제주 4.3사건에 대해 국가를 대표해서 공식사과한 대통령이기도 하다.

 

그는 재임 기간동안 끊임없이 적폐세력과 투쟁하는 대통령이었다.

노 대통령은 권력의 정점에서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었던 특권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비록 실패했으나 권력의 도구로 전락한 부패한 검찰 권력을 개혁하고자 했고

국민들 뇌리에 깊이 남아있는 '평검사와의 대화'가 그 한장면일 것이다.

엘리트주의에 물들은 기득권 세력은 노 대통령을 인정치 않았고

그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또한 보수언론에게 굴종과 불의한 타협을 하지 않았으며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권력지향, 권력편향적이었던 그들과 치열하게 투쟁했다.

그 댓가로 참여정부는 5년 내내 보수언론으로 부터 악의적인 비난과 폄훼를

당해야 했다.

권력자에 기생하여 그 부스러기로 배를 불려왔던 보수언론,

자본가에 의해 만들어진 방송사는 그 자체가 거대한 기득권이었고

언론의 목적과 기능을 상실한체 진보 세력 죽이기에 앞장서는 부패한 언론에게는

올곧은 패기와 정의로움 하나로 국민의 신뢰를 받고 어느 날 갑툭튀한

없는 집안의 상고 출신 대통령은 이래저래 걸리적 거리는 존재였을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언론과 검찰의 패악질은 여전하고

급기야 우리는 검찰독재정권 하에서 민주주의의 후퇴를 경험하는 중이다.

어쩌면 노 대통령이 지금 이런 세상을 마주하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마음이 든다. 재임 기간 내내 나라와 국민을 위해 개혁하고자 했던 모든 일들이

'칼로 물을 벤 것 같다'라고 회고했던 그가 지금의 이 상황을 본다면

어떤 생각이들지 마음이 아프다.

 

참여정부에서는 여러 가지 개혁 정책들이 시도되었지만 그 결과와 평가는 엇갈린다.

성공한 것도 있고, 성공했지만 당시에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도 있었고

시도는 좋았지만 시행 착오든, 기득권의 저항이든, 관료주의 태만과 오만이든

수 많은 저항에 부딪혀 결국 실패하거나 미완된 정책들도 있다.

 

참여정부는 사회 불평등 개선과 분배에 관심을 기울여 5년간 복지예산을 8%포인트

증가시키는 큰 성과를 이루었다. 그래서 당시 보수언론의 공격은 분배와 복지에

치중해 성장을 팽개친다는 비난일색이었다. 

그러한 사회복지정책이 충분한건 아니었지만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했던 만큼의

성과였기에 의미있다고 평가한다.

사회복지사 증원, 근로장려세제 도입이 대표적이며,

밖에도 보육 확대, 아동 빈곤 해소 등을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었다.

 

노 대통령은 단기간 경기 부양책을 시행하지 않았다.

진통제처럼 당장에는 효과가 있는 듯해도 미래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전 정부에서 불러온 부동산 대란과 신용카드 대란 같은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다음 정권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것은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국민들은 노 대통령이 무엇을 잘했는지 알기 어려웠고

몸을 망치는 사탕 대신 입에 쓴 약을 준다고 그 노력들을 오해하고 질타한 측면이

있다. 그렇게 노력한 과실은 다음 보수정권의 공으로 포장된 경우가 많다.

부동산 정책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불경기 때문에 여론이 나쁜데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반짝 경기를 호전시킬 응급 치료보다 근본적, 장기적 경제정책에

관심을 두었다. 어려운 서민 경제는 대책을 세우되 나중에 부작용을 가져올

인위적 경기 부양은 쓰지 말라고 거듭거듭 내각에 지시했다.

"경기가 나쁘다고 내가 욕먹어도 좋습니다. 멀리 보고 원칙대로 갑시다."

..오직 다음 정권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p.240~241)

 

고식적 대책을 멀리하고 10.29, 5. 4, 8.31 등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

결국 부동산 대란을 잠재웠다. 그리고 종래 불합리하게도 면적 기준으로 과세하던

재산세를 가치 기준 과세로 바꾸었고, 부동산 거래에 고질적이던 거짓가액 신고를

없애는 획기적 개혁도 이뤄냈다. 이런 정부는 전무후무하다.

그러나 국민들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 땅값이 폭등했다고 오해했고

급기야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넘겨주는 큰 요인이 됐다.

그러나 사실 참여정부 부동산 대책의 진가는 나중에 증명됐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인위적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을 무수히 남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이 10년간 안정세를 유지한 것은 참여정부 정책 덕분이다.

정책을 판단하려면 당시만 봐서는 안 되고, 앞뒤 상황을 다 살펴야 한다. (p.358)

 

참여정부는 수도권 중심의 기형적인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방자치를 강화하고 신행정수도 추진을 통한 공공기관 분산

배치를 추진했으나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에 대해 '관습헌법' 위배라는 납득할 수

없는 논리로 위헌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그 모든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했고

결국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축소되어 반쪽 신행정수도가 되었다고 한다. 

 

교육 개혁은 참여정부의 뼈아픈 실패작 중 하나다.

개혁은 언제나 기득권의 저항과 보수적 관료집단으로 인해 발목을 잡힌다.

교육 개혁 역시 초창기 혁신적이고 소신이 있었던 사람들이 밀려나고

그 자리를 개혁적이지 않은 인물들이 채움으로써 결국 허망하게 끝났다.

 

교육혁신위가 내신 중시, 경로별 입시, 교사별 평가, 교육 이력철 도입을 목표로 하다

보니 자연히 수능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어 수능을 점수제에서 등급제로 바꾸었다.

그런데 교육혁신위의 개혁적 제안을 교육부가 몽땅 거부하면서

다만 수능 등급제만 수용해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최악의 결말이 됐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예전의 점수제가 낫다.

....일류대의 이기주의와 교육부의 보수주의가 우리나라 교육개혁의 장애물이다. (p.307)

 

외교 분야에 있어서도 적절한 균형감각으로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과의 역학관계

속에서 국익을 보호하고 국가적 권위를 잃지 않았던 시기라고 평가한다. 

미국 순방 시 '부시' 대통령 앞에서도 당당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일화가 전해진다.

대외 경제정책에 있어서도 동북아경제중심 정책으로 동북아 지역의 평화 정착과

물류, 금융 허브를 구축하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일을 추진했다.

또한 정부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개편하여 전자화하였고,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겼다.

 

노 대통령은 기록을 매우 중시하고 정보의 체계적 관리를 강조했다.

참여정부 내내 정보 체계의 디지털화에 노력해 e지원을 만들어 국정 운영에 직접

활용 했을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생산된 수 많은 자료를 축적해 후대에 남겼다.

.....참여정부는 역대 정부의 비밀주의를 따르지 않고 과감히 공개주의를 택했다. 

참여정부를 부정하고 폄훼하면서도 기록 문화만은 거부하지 못하고 계승할 수

밖에 없었고 그리하여 방대한 기록을 남기는 전통이 지금까지 단절없이 이어지고

있다. (p.425)

 

권력을 누리기 위한 자와 그 권력으로 세상을 옳게 바꾸고 싶은 사람과의 차이를

우리는 지금 이 시기에 절절하게 느끼고 있다.

저자가 지켜본 노무현 대통령은 권력에 대한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 뿐

권력에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느끼는 사람은

그 권력의 무게를 버거워하며 자신의 능력이 의심스러워 지는 순간에

가차없이 그 것을 던질 준비가 되어 있다.

스스로를 객관화 할 수 있으며 도덕적 가치관이 올바른 사람이라야 가능한

그것을 메타인지라고 하던가?

노 대통령을 가까이 보아온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그가 스스로에게 지우는 도덕적 기준은 엄격했고 선명한 기준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공소권 없음'으로 매듭 지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그는 재임 기간 중에도 자주 권력에서 떠나려 했다고 전한다. 

 

참여정부의 정부혁신은 종래의 조직 파괴, 조직 변경 대신

미시적 업무혁신에 주력해 눈에 띌만한 큰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공무원 부패나 관료적 경직성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노 대통령의 마음이 여린 탓에 항명하는 행자부 공무원들, 교육혁신을 거부한

교육부를 일벌백계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노 대통령의 강력한 분권 의지에도 불구하고 분권 반대세력의 방해 때문에

지방분권 성과가 약한 점도 아쉽다. (p.314)

 

한국의 보수 집단은 지금도 여전히 성장만을 외치며 분배와 복지를

퍼주기, 좌파로 매도하는 나쁜 버릇을 갖고 있다. (p.360)

 

노 대통령은 평소 자기의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

...... 노무현은 평생 이익 대신 정의를, 약자에 대한 배려를 앞세웠다.

늘 손해 보고 지는 길을 갔다.

노무현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말실수와 학벌을 든다.

노 대통령은 자신을 학벌사회, 연고 사회의 바다에 떠 있는

외로운 돛단배에 비유한 적이 있다.

노 대통령은 가난 탓에 학벌은 낮았으나 책을 많이 읽어 학식이 높았다.

학자 군주였다. (p.398)

 

현재 대한민국은 참담한 처지에 놓여있다. 

불의한 자들이 잡은 권력은 대한민국이 어렵게 이루어놓은 민주주의적 가치를 짓밟고

누군가 그렇게 외쳐대던 '공정과 상식'은 그의 집권 후 무너진지 오래다.

그저 권력의 시녀 역할을 했던 검찰은 이제 권력 자체가 되어 마음껏 칼을 휘두른다.

정적이나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들을 무참하게 처단하고 있으며

자신들은 어떠한 죄를 지어도 단죄하지 않는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불의한 시대 한 가운데서 이 책을 읽으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더욱 그리워진다.

사방이 친일 기득권 세력으로 넘쳐나던 그 세상에서 수구 보수세력보다 더 나빴던 건

스스로 옳은 척하면서 함께 돌을 던졌던 진보 진영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는 노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했을 뿐더러 외딴섬 같이 홀로 분투하던 그를

아주 많이 외롭게 했었다.

노 대통령이 스스로 삶을 마감한 후 비로소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을 확인했고

그의 빈자리를 보고나서야 빚진 마음과 그리운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이제 불의한 현실에 탄식하며 묻는다.

우리나라의 국운은 다한 것인지, 아직 희망이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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