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06 23:01
오은영의 화해
- 이 책은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해 현재를 힘들어하는 상처 받은 영혼들을 위한 책이다.
나 또한 상처투성이 유년 시절과 청소년기를 지나 멀쩡히 어른이 된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다.
그런 난, 내가 받은 상처를 고스란히 아이에게 투영시켰고
그것 때문에 죄책감에 짓눌려 살아온 시간이 짧지 않다.
많은 것들을 잘못하고 또, 가슴 아파하고 후회하는 일상이 반복되었었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썩 좋은 엄마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내가 아이에게 준 상처를 고스란히 자각했으며, 아파했고, 후회했다.
그리고 지금은 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책은 주로 부모로부터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에 초점을 두고 쓰였다.
그러나 나처럼 어린 시절의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준비 없이 엄마가 된 사람들
자기 상처도 위로받지 못한 체 문득 내 자식에게 상처를 대물려 주고 있는 부모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부분에 관한 것은 생략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몇 가지 마음에 와 박힌 부분들을 복기해 보려고 한다.
첫 번째, 저자는 이미 받은 상처는 잊을 수도 치유될 수도 없다고 한다.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그것을 지우는 것이 아닌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하며
이제 세상을 좀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그건 그대로 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지점이 맘에 들었다.
내 지난날의 가슴 아픈 상처들, 또 내가 자식에게 준 상처들
그것을 지우고 잊고 치유하고 나서 앞으로 나아간다고 애쓸 때 짧은 인생은 그냥 흘러가 버리고
현재를 충실하게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나에게 어떠한 결점이 있더라도 그것이 살아가면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그냥 그대로 두고 살아도 된다고.. 굳이 고치려고 애쓰지 말고,
스스로 그런 사람임을 인정하고 잘하는 다른 부분을 가지고 살면 된다고
세 번째, 부모에게 받은 상처로 아팠고, 현재에도 아프다면 그것을 부모에게 표현하라는 것
부모의 사과를 받을 수 없더라도 한 번쯤은 터놓고 얘기해 보라고
그리고 내가 부모를 미워할 수 있음에 자책하지 말라는 것, 그럴 수 있는 거라고
비록 부모, 형제라도 나를 너무 힘들게 한다면 그런 관계는 좀 멀어져도 된다고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내가 내 자식에게 잘못한 것만 생각했고, 죄책감에 억눌렸으며,
그래서 자식의 상처를 똑바로 바라보기 어려웠었다.
회피하고 싶었고, 변명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나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내 아이의 상처를 직시하고 보듬을 수 있었다.
난 내가 겪어온 상처를 온전히 들여다보고 해결 받지도 못한 채 엄마가 되었고
아이가 세상의 빛을 보기 전부터 밀어닥친 불행들을 쓰나미처럼 맞아야 했다.
나 하나 감당하기도 힘든 순간들이었지만, 어떻게든 살아야 했고, 가정을 지켜야 했었다.
나는 이렇게도 불행하고 힘들었던 나를 위로했고, 용서했고, 사랑해야 함을 알았다.
이 모든 걸 깨달은 건 얼마 전 일이다.
어린 너도 힘들고, 두렵고 외로웠잖아,
엄마가 되는 순간의 너는 사랑으로부터의 배신과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불행의 끝을 보았잖아
그 과정을 잘 이겨내어 지금의 가정을 만들었잖아
나의 이런 자각 이후에 아이를 대하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아이의 눈을 바라보고 대화하기도 버거웠던 나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이의 짜증을 받아주고, 아이를 이해하고 격려해 줄 수 있는 엄마가 되었다.
이 책은 변화되기 전 내가 읽었다면 죄책감과 가슴 아픔에 끝까지 읽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것들을 공감하고 인정한다.
난 앞으로도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의 행복도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노력하고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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