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떨림과 울림

해미일 2026. 5. 11.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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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3 10:35

떨림과 울림 (김상욱)

♣ 김상욱 저 | 동아시아 | 2018. 11. 7

이 책을 읽으면서 철학과 과학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작가는 과학자이지만, 자신이 습득한 과학적 지식을 철학적 사유를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원자론의 입장에서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흩어지는 일이다.

원자는 불멸하니까 인간의 탄생과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너무 슬플 때는 우리 존재가 원자로 구성되었음을 떠올려보라,

그의 몸은 원자로 산산이 나뉘어 또 다른 무엇인가의 일부분이 될 테니까." (p.49)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동양철학 중 도가사상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라고 생각되었다.

특히 장자(??)에서 매우 흡사한 철학적 사유가 나온다.

장자가 아내의 장례를 치르는 중에 질그릇을 두드리며 노래를 하는데,

주변 사람들은 그의 반응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 부분에서 장자가 생각하는 사람의 탄생과 죽음에 관한 의미가 표현되는데

그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의 생(?)과 사(?)를 자연순환의 한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아내의 죽음 또한 자연스러운 이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주 만물을 생성하는 기가 떠돌다 모여 어쩌다 사람으로 태어나고,

죽으면 그 기가 흩어져 본래 떠돌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

그것은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에 슬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과학적 관점으로 본 원자에 관한 원리는 장자가 말하는 '기(?)'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실제로 양자역학과 동양철학의 유사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갖는다고 하는데

저자는 과학적으로 의미가 크지 않다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손절한다.

과학은 실험적 증거를 필요로 하지만, 철학은 생각의 틀을 제공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공감되는 말이다.

책의 초반에는 신기한 과학적 상식과 내용들이 전개되어 흥미롭게 읽었으나,

가면 갈수록 어려운 과학 이론들이 튀어나와 머리를 쥐어뜯고 싶어졌다.

물리학,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전자기력, 에너지 보존법칙, 진동 물리 등

아무튼 원자에서 우주까지 미시세계와 거시 세계를 물리학자의 입장에서 흥미롭게 쓰려고 노력한 건 사실이다.

책의 말미에 작가는 말한다.

기본입자, 분자, 인간, 태양, 은하, 우주의 모든 존재와 사건을 훑어봤지만 물리학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은

한마디로 "우주에 의미가 없다."이다.

우주에 인간이 생각하는 그런 의미는 없지만 인간은 의미 없는 우주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는 존재라고 한다.

인간은 자신이 만든 상상의 체계 속에서 자신이 만든 행복이라는 상상을 누리며

의미 없는 우주를 행복하게 살기 때문에 우주보다는 인간이 경이롭다고 했다.

또한, 저자는 과학자의 양심으로서 말한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과학이 특별한 이유다."

탈리도마이드,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의 예를 들며

"합리적 의심을 하는 사람이 비난받는 사회는 그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에 과학적 합리성이 필요한 이유다."

다음의 글들을 보면 저자가 생각하는 과학의 의미와 과학자로서의 가치관이 잘 드러나 있다.

마음에 와닿는 글들이라 적어보았다.

- 과학에서는 증거가 부족하면 결론을 보류하고 "모른다"라고 해야 한다.

- 과학은 무지를 기꺼이 인정한다.

- 과학은 지식의 집합체가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이자 사고방식이다.

- 과학은 물질적 증거에 입각하여 결론을 내리는 태도다.

- 증거 없이 논리로만 이루어진 이론이나 주장은 과학적이지 못하다.

- 과학은 무지를 인정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 무지를 인정한다는 것은 아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과학은 불확실성을 안고 가는 태도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또는 무엇을 배우면서

즉, 경험과 지식을 쌓아가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덕목은 양심과 성찰인 것 같다.

그것은 철학적 사유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가 말했듯이 철학은 인식(생각)의 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과학자가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도 자아성찰과 도덕성이 결여되어 있다면

그 지식은 인간에게 결코 선하게 작용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과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인간다움'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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